일본의 역사교과서 재수정 거부에 대한 반일감정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1일에 이어 12일 하루 동안 전국의 자치단체와 교육청, 학교, 시민단체들은 항의와 시위, 각종 교류 취소 등을 통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켰다. ▲ 시위= 전북 김제 농민회와 경실련 등 김제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 1천여명은 이날 오후 김제시청 야외공연장에서 `일본의 역사왜곡 규탄 김제시민궐기대회'를 갖고 왜곡된 역사 교과서 즉각 수정을 촉구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날 일본 만화와 영화 퇴치, 일본상품 배격, 일본담배 안 피우기, 일본식민지 잔재청산과 올바른 역사교육 운동 전개 등 4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가두시위를 벌인 뒤 구산사거리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천황, 일본담배 화형식을가졌다.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서는 이날 오전 50개 시민단체,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및 우경화저지 시민대회'를 갖고 항의 표시로 총영사관 건물에 계란 30여개를 투척하기도 했다. 충북 영동지역 19개 초.중.고생 200여명은 이날 영동문화원에서 개최된 동요.가곡 경연대회 개회식에 앞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 항의서한.성명= 제주도를 `왜구의 거점지'로 왜곡 기술한 일본 역사교과서에대해 제주도지사가 제주주재 일본 총영사를 불러 항의한데 이어 12일에는 제주도교육청 김태혁 교육감이 일본 문부성, 주한일본대사관, 제주일본국총영사관 등에 서한을 보내 강력히 항의했다. 김 교육감은 서한에서 "제주도는 역사적으로 왜구의 거점지가 아니라 `항일 민족투쟁의 거점지'였다"며 왜곡된 역사교과서의 즉각 수정을 촉구했다. 허경만 전남도지사는 이날 지난 92년 결성된 '한.일 해협 연안 8개 시.도 현 지사교류회의' 소속 일본 4개 현 지사 앞으로 보낸 서한문을 통해 "한.일 8개현 자치단체장들은 한.일 해협 연안 지사교류회의를 통해 양국 선린우호에 크게 기여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 역사교과서 문제로 이같은 선린관계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문희갑 대구시장은 각각 자매결연한 돗토리현, 히로시마시지사.시장에게 서한문을 보내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 자치단체 의회를 비롯, 제주도교원단체연합회, 제주범도민회,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 유족회 등 각종 단체에서 성명을 잇따라 발표, 왜곡된 역사교과서수정을 촉구하고 총궐기를 다짐하기도 했다. ▲ 교류 중단= 경기도 부천시는 12일 다음 달 2일 예정됐던 일본 오카야마시와의 우호도시 조인식을 위한 일본 방문 일정을 역사 왜곡에 대한 항의 표시로 취소했다. 김진호 충북도의회 의장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야마나시현과의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도내 각 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에 자매결연 중단과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나서도록 촉구했다. 제주도의회도 오사카부의회와 추진해왔던 교류 계획을 유보했고 충북 옥천군도오는 11월 예정된 농민회, 부인회의 교환방문을 취소할 방침이다. 또 오는 9월 야마구치 현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일 해협 연안 8개 시.도.현 지사교류회의에도 전남, 경남, 부산, 제주 등 한국측에서 불참을 검토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류 취소.유보는 더욱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충북 지역의 경우 김영세 충북도교육감이 각급 학교에 일본과의 교류사업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한 가운데 오는 23일 예정된 청주여중 등 5개교의 돗토리시 방문 계획과 다음 달 3일 예정된 다지리정 교육청과의 학생 상호 방문, 오는 9월의 고교 자매결연 계획 등이 모두 취소됐다. 경북 경주시 불국중학교는 10년째 자매결연으로 교류해온 구마모토현 시치세이중학교와의 상호 방문을 중단한다고 12일 일본측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일본 학생.교사 80명의 경주 방문 계획이 취소됐고 오는 9월 예정됐던 일본 답방 계획도 일단 유보된 상태다. 제주도 서귀포산업과학고도 오는 18일부터 예정됐던 와카야마현 기호쿠 농예고방문 일정을 보류했고 제주시 외도초등학교도 다음 달 1일부터 예정된 시즈오카현학생 30명의 제주방문 홈스테이 일정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여행사를 통한 일본 방문 예약도 취소사태를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지역의 경우 오는 14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던 자유총연맹 관계자 14명이역사왜곡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방문을 보류했고 오는 25일 청소년 70명을 태우고일본을 방문키로 했던 `소년.소녀의 배'도 중국으로 행선지를 바꾸거나 무기연기할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중순부터 8월말까지 예정된 중.고교생의 일본홈스테이 어학연수 4개팀가운데 3개팀이 취소 또는 무기연기되는 등 7월중에 11개팀 540명이 일본으로 떠날예정이었으나 이미 35%정도가 취소됐다고 여행사측이 밝혔다. 아주관광투어도 8월초 일본 후쿠오카(福岡)로 갈 예정이던 효도관광객 2개팀 35명이 취소했으며 다른 여행사들도 일본여행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홍동수기자 ds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