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말「조선일보」와「월간조선」에 의해 색깔논쟁에 휘말린 뒤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났던 최장집 고려대교수(정치학)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통일헌법 논의와 관련,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12일 오전 7시부터 서울 힐튼호텔에서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흥사단 통일포럼'에서 강연을 통해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통일헌법 논의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땐가 통일헌법이 논의돼야겠지만 (그전에)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하다"며 "통일헌법에 대한 논의는 평화 관리체제가 제도화되고 대략적인 방향이 설정됐을 때 논의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방청객들의 질문을 받고 "여러 강국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치 등을 고려해볼 때 미군은 상당 기간 주둔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에 앞서 강연을 통해 "탈냉전은 곧바로 통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엄청나게 이질적이 된 두 사회를 통일했을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질성, 가치와 이데올로기의 차이, 이로부터 발생되는 혼란을 흡인하고 해소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이는 갈등과 분열의 극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북한관계는 통일에 이르기 위해 상당기간의 중간단계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며 "그것은 남북한 관계를 평화공존의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며 이질적인 두 체제가 공존하고 상호의존, 협력할 수 있는 평화 관리체제를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