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보위원들은 9일 황장엽(黃長燁)씨 방미문제와 관련해 국정원을 방문, 황씨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와 강창성(姜昌成), 김기춘(金淇春), 이윤성(李允盛) 의원 등 야당 정보위원 4명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국정원 청사에 도착, 신건(辛建) 원장 등을 만나 황씨 면담을 요구했다. 야당측은 "자유민주주의를 찾아 망명한 황씨에게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조차 못누리게 제약해서는 안된다"면서 방미허용을 촉구했고, 국정원측은 "황씨는 특수신분으로 신변안전 등 모든 걱정하는 문제들이 해결되면 방미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며, 현재 미국측과 대화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김기춘 의원은 그러나 "국정원이 '황씨가 책 출간, 인터뷰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얘기한 만큼 미국 의회에서 굳이 새롭게 증언할 내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신변안전을 핑계로 방미에 소극적인 인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씨의 미국망명 가능성에 대해 국정원측은 "황씨는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겠다'는 말을 한 바 있다"고 일축하고 "황씨가 탈북자동지회가 주최하는 북한 민주화에 관한 세미나 참석 때문에 오전부터 외출중"이라며 면담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야당측은 국정원측의 주선에 따라 황씨와 함께 세미나에 참석중이던 김덕홍(金德弘)씨와의 통화를 통해 '간접대화'를 나눴다. 김씨는 이 통화에서 "북한의 실정을 정확히 알아야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 있으며,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한 만큼 부시 행정부가 오류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꼭 미국을 방문하고 싶다"면서 "한미간 합의에 따라 못가게 된다면 따르겠지만 한쪽의 반대로 못가게된다면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윤성 의원은 전했다. 김씨는 또 "면담요청은 고맙지만 우리가 어느 한쪽의 요구에 응하면 다른 쪽의 우려를 낳을수 있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 있는 위치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종전과 같은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연금설이나 억류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