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피서문화가 있을까? 탈북자들은 북한에 피서란 말 자체가 없을 뿐 아니라 남한과 같은 수준의 피서문화도 정착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무더위를 피해 나름대로 피서를 즐긴다고 전하고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평양시민들은 주로 시내 수영장을 찾는 반면 바닷가 주민들은 주변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며 산간지역에서는 강이나 산을 찾는다. 물론 이같은 피서는 남한처럼 수일간 휴가를 얻어 일가족이 함께 떠나는 것이아니라 주말이나 평일 퇴근후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식량난 등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데다 특히 여름에는 3개월간의 농촌동원으로인해 밀린 직장일이나 집안 일도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피서를 떠나는 것이쉽지 않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과는 달리 외교관 등 대외부문 종사자나 북송교포, 고위간부등 극소수 부유층은 비교적 여유롭게 피서를 즐기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바닷가나 강 또는 하천을 낀 지역의 주민들이나 특히 방학을맞은 학생들에게는 피서철이 연중 제일 신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해마다 피서철이면 유명 해수욕장으로 손꼽히는 동해안의 강원도 송도원과 명사십리, 함경남도의 마전ㆍ서호ㆍ신포, 서해안의 남포시 와우도, 황남 몽금포, 과일군룡수포와 진강포 등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역내 청년 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정도다. 그중에서도 함남 함흥시 흥남구역에 있는 마전해수욕장은 해안을 따라 길이 6㎞,폭 50∼100m의 백사장과 현대적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손꼽히는 피서지로 알려져있으며 지난 99년 10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만났던 서호초대소도 이 부근에 있다. 또 강원도 원산시 북쪽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송도원해수욕장은 우거진 청솔밭을 배경으로 모래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해수욕장중 하나다. 평양에서 약 55㎞ 정도 떨어져 있는 와우도해수욕장은 송도원해수욕장에 버금가는 유명한 해수욕장으로 100여종에 1천800여그루의 나무가 우거져 있고 숲속에는 고급스런 편의시설과 화초원 체육오락시설이 마련돼 있다. 평양시민들과 학생들이 시내에서 즐기는 유명 수영장으로는 창광원과 문수야외물놀이장이 있으며 강변 수영장이 있는 능라도유원지와 물놀이장ㆍ물미끄럼틀ㆍ파도물놀이장에 모래밭까지 갖춰진 만경대유희장도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북한은 한 때 해수욕장에서 수영복 차림의 남녀가 어울리는 것을 자본주의 잔재로 간주, 해수욕장을 남녀 따로 구분해 놓기도 했었다. 또 부유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북한 남자들은 일반 팬티를 입고 여자들은 잘해야자신이 만든 수영복을 입는 정도다. 그래도 힘든 일상생활을 떠나 남녀가 자유롭게 어울려 해수욕장을 찾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운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당국은 평양시민들을 위해 지난 80년대 말부터 해마다 7월말부터 9월 중순까지 일요일에 한해 함남 마전, 강원도 원산, 남포 와우도, 황남 과일군 소재 진강포 등 유명 해수욕장을 연결하는 교통편을 운행하고 있다. 특별 피서열차와 버스는 매주 일요일 오전 4∼6시에 평양을 출발, 해수욕장을돌아 오후 9시께 평양으로 돌아온다. 북한당국은 특히 유명 해수욕장에 유럽풍의 현대식 숙소을 갖춘 외국인 전용 해수욕장을 따로 조성하고 외국인과 부유층을 상대로 외화벌이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