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28일에 이뤄지는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은 부시 행정부의 최고 사령탑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세계의 긴장 지역가운데 한 곳인 한반도를 직접 방문한다는 데에서 우선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파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중동과 유럽에 이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아시아순방을 계획하다 여러 사정으로 미뤄졌으나 그동안 워싱턴에서 한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외무장관회담이 열렸기 때문에 당장 시급한 현안은 없다는 게 워싱턴 외교관측통들의 진단이다. 더욱이 지난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오랜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치고 북미협상 재개 방침을 천명했으나 아직까지 북한이 협상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북미 관계에서는 별다른 이슈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서기의 방미 문제가 한미 외교 현안으로 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황씨 방미는 미 공화당의 일부 보수 강경파가 외교 경로를 무시하고 진행하고 있는 사안으로 국무부도 적극성을 띠지 않고 있는 데다 한국 정부로서도 이들의 정략적인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파월 장관의 방한 때까지 끌기는 어렵다는 게 이들 관측통의 분석이다. 파월 장관의 방한은 따라서 안면을 익히고 현지 정세를 파악하는 정도가 되리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한반도 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그러나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파월 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상간의 첫 조우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지적하고 "지난해처럼 ARF에서 북미 외무장관 접촉이 이뤄진다면 북미 관계가 급진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파월 장관의 방한이 남북 대화와 북미 협상의 좌표 및 방향 설정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파월 장관은 아울러 오는 10월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담을 전후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을 사전조율하는 임무도 띨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지난 3월 방미한 김 대통령을 홀대했다가 양국의 외교계는 물론 정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집중타를 얻어 맞은 전력이 있어 파월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양국의 `벌어진 틈새'를좁혀 성공적인 정상회담의 초석을 놓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의 방한 일정이 너무 짧아 기껏해야 김 대통령 예방과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장관과의 회담 정도가 고작이며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미국 국무장관의 첫 서울 나들이라는 상징성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