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서기가 미국 공화당 인사들의 초청을 받아들여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혀 실현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황씨의 방미는 그러나 한미 양국의 공식적인 채널을 경유하지 않고 미국 의회의보수 강경파들에 의해 독자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한국 정부가 반대할 경우 외교 마찰의 불씨가 될 소지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4일 미 의회 소식통들에 따르면 황씨는 자신의 비서실장인 김덕홍씨와 공동 명의로 작성한 4일자(한국시간) 서한에서 오는 20일에 열리는 워싱턴의 디펜스포럼재단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도록 그 이전에 도착하고 싶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황씨가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크리스토퍼 콕스 하원 공화당 정책위 의장, 제시 헬름즈 상원의원 및 수전 솔티 디펜스포럼재단 이사장의 초청을 기꺼이 수락하는 서한을 팩스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황씨는 특히 '북한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North Korea)'을 디펜스포럼세미나의 연설 제목으로 미리 제시하는 등 방미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디펜스포럼은 의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보, 인권 등을 주제로 세미나와 교육을 주관하는 보수적인 민간 단체로 오래 전부터 탈북자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 황씨는 헬름즈 의원과 디펜스포럼이 "신변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무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국무부가 이 문제를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족한다"고 말해 국무부도 이미 깊숙이 개입됐음을 시사했다. 지난 3월 워싱턴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헬름즈 의원이 황씨의 방미문제를 언급하자 신변 문제만 해결되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황씨가 의회 등에서 북한에 불리한 내용을 증언할 경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남북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하이드 위원장 등의 초청장은 헬름즈 의원의 보좌관 짐 도란과 콕스 의장의 보좌관 척 다운스가 지난 1일 서울에서 간접적으로 황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워싱턴 방문이 성사될 경우 상하원 청문회 비공개 증언과 행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과의 비공식 면담 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