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개혁중진 의원들은 3일 민주사회정책연구원과 원주 상지대 사회과학연구소가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개혁평가와 시민운동의향후 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개혁세력'의 역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향후의 개혁추진에 대해 '정부와 시민단체간 개혁적 연대 및 비판적 견제의 조화'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여야의 극단적인 무한정쟁에서 개혁세력의 중간.완충지대 역할'을 각각 강조했다. 또 정부와 시민단체간 관계에 대해 노무현 고문은 "현 상황을 양자간 대립으로 몰아세워선 안된다"고 말한 데 비해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 의원은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이 미흡했다"고 말해 다른 시각을 보였다. 다음은 민주당 노무현 고문,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 손학규 의원이 토론회에 앞서 미리 배포한 발표문 요지. ▲노무현 고문 = 김대중 정부의 개혁을 성공 또는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시도다. 또한 국민의 정부 개혁기조를 신자유주의라는 단일색으로 간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시민사회운동세력을 개혁의 파트너로 인식, 지속적으로 협력방안을 모색해왔으며 이들의 개혁의제중 상당 부분을 수용했다. 따라서 부패방지법, 인권법 등에서 시민사회운동세력의 주장을 100% 수용하지 못한 점과 노동자 시위 진압과정에서의 우발적 폭력 사태를 정부와 시민사회운동 사이의 대립으로 몰아세워선 안된다. 정부와 시민단체간에 개혁적 연대 및 비판적 견제가 조화를 이룰 때 개혁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 = 투명성의 제도화, 관행화, 생활화가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경제개혁 등 각종 개혁 피로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는 과거 언론사와 정권의 잘못된 세무관행을 법과 원칙에 따른 세무관계로 바꾸는 첫걸음이었으며 이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선 안된다. 남북관계 진전의 가장 큰 난관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포용정책에 대해 여야를 비롯한 사회적 통합이 이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내 공천의 민주화, 토론문화의 정착, 자유투표제 도입, 정치자금 투명성을 위한 소액다수 헌금제,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로의 개헌 등을 통해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이부영 부총재 = 김대중 정권이 실패한 정권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 돼가고 있다. 이는 핵심집권층의 오만과 독선, DJP 연합의 태생적 한계, 개혁목표 설정의 오류, 개혁수단의 조직화 실패 등에서 기인한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등 양대정권의 실패로 인해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의 흐름은 좌초 위기에 놓였으며 반작용으로 차기 정권의 수구화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일부 수구세력은 정권의 실패를 빌미로 민주화세력 전체를 분열과 무능, 부패집단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개혁세력은 새로운 조건 속에서 진정한 개혁 세력의 역할,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열린 화해와 협력의 공간을 확대시키는 방안 등의 문제에 답할 책임이 있다. ▲손학규 의원 = 시민단체는 국가와 시장을 견제, 감시하는 비판자의 역할과 함께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민단체의 정부 및 국민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시민단체의 관료화 및 권력기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시민단체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데 소홀했고 정부는 개혁 추진과정에서 시민단체의 힘과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정치적 중립성, 도덕성, 전문성을 지향하고 관료화와 권력기관화를 철저히 지양함으로써 시민운동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