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탈출한 장길수군 가족 7명이 26일 첫날밤을 지낸 중국 베이징(北京)시 차오양(朝陽)구 소재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사무소 주변에는 첫날과는 달리 이틀째인 27일부터 공안 차량들이 최소한 5대나 목격됐고, 정.사복 공안원들이 건물 안팎에서 크게 증가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UNHCR이 있는 지역은 한국총영사관이 1백m 거리에,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이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는 등 각국 대사관과 대표부가 들어서 있거나, 외교관, 준외교관들이 거주하는 외교 단지 지역이다. 공안과 공안 차량은 26일밤부터 이 주변에 많이 배치되기 시작해 중국이 장길수군 가족 7명에 대한 체포 작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불러일으켰다. 장길수군 가족도 이에 따라 한때 크게 긴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난민 지위 인정 등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UNHCR 지역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콜린 미첼 중국 주재 UNHCR 대표도 26일 밤 이 지역은 치외법권 지역이어서 중국 공안이 넘어들어 올 수 없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27일 오전 8시께부터 외신사들이 다시 취재를 오기 시작했으며 9시가 넘어서는줄곧 10여명이 TV 카메라 등을 휴대한 채 1층 복도 바닥에 앉아 기약도 없이 무작정무엇인가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9시가 넘어 2층 '외교인원오피스빌딩' 1-2-1호에 소재한 UNHCR 사무실로 들어가려 하자 전날 친절했던 중국 요원들의 태도도 상당히 엄숙해져 무언이든지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해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끼게 했다. 이같은 변화는 중국이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지 해결해야 하는 중압감을 이제 실제적으로 느끼기 시작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였다. 27일 동원된 공안 차량들은 베이징시 공안국 소속 산타나 2대, 니산 1대, 아우디 1대 등이었고, 봉고형의 베이징시안전국(정보기관) 소속 차량이 1대였으며, 안전국 차량내에는 20대 젊은 청년 4명이 창밖을 두리번거리며 방금이라도 출동할 듯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외교인원오피스빌딩 정문 왼쪽 수십m 지점에는 정복 공안원들이 2명이 다소 굳은 자세로 눈을 번득이며 지나가는 행인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매일 이 위치에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빌딩 내부에서도 사복 공안원이 출입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사진을 찍었으며 어느 신문사 소속이냐고 기자가 묻자 대답은 하지 않고 황급하고 신경질적으로 "왜 묻느냐"고 쏘아대며 밖으로 피해버렸다. 그는 곧 밖에서 다른 2명의 공안원과 합류했다. 오전 10시 35분께는 북한대사관 차량을 타고 온, 김일성 배지를 단 북한대사관관리 2명이 UNHCR 쪽으로 가려고 1층 로비로 들어섰다가 외신기자들이 집중적으로사진을 찍고 질문을 퍼붓자 엄두가 나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복도 중간에서 도망치듯이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감청색 양복을 입은 1명은 오른손에 서류 파일 등을 넣을 때 쓰는 갈색 가죽 케이스를 들고 있어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자들이 채질문을 할 틈도 없이 그들은 사라져버렸다. 오전 11시55분께는 콜린 미첼 중국주재 UNHCR 대표가 1층으로 내려와 길수군 가족 "7명이 모두 다 잘 있다"고 밝혔다. 이들 7명은 26일 이후 이틀간 UNHCR측과 상담을 진행중이나 사람수가 많은데다통역 등을 거쳐야 해 난민 지위 획득을 위한 사실 확인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미첼 대표는 7명의 신변과 관련, "중국측과 협의를 계속중"이라고 공개하고 "북한으로 탈북자들을 돌려 보낼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UNHCR이 북측과는 아직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일가족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북한 인권감시단체 RENK(`구하자! 북한민중 긴급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유엔으로부터 국제법상의 난민 지위 인정을받고 대한민국으로의 무사 귀환이 보장될 때까지 현재의 위치를 떠나지 않는다"는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또 "우리 길수 가족은 개인 독재의 폭정 하에서 맹목적인 충성과 침묵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2천만 북한 인민의 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정부가 이들을 수용할 수가 있다는 입장을 26, 27일 연이틀 전달한데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측은 "아직 사실들을 더 파악해보겠다"는 중립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중국 소식통들은 밝혔다. UNHCR측은 중국측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첼 대표는 중국이 난민 판정의 최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언론의 도움이필요한듯 외신사들에 내용은 별로 없지만 약간의 진전 상황들을 알려주는 등 친절을베풀고 있다. 이는 UNHCR 사무소내 중국인 직원이 미첼의 이름을 가르켜주는 것조차기피하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베이징=연합봄?이상민특파원 sml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