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이 북한의 기습적인 남침에 의해 발발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소련측 전쟁보고서가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국방부 국사편찬연구소(소장 하재평)는 6.25전쟁 당시 북한 주재 소련 특명전권대사, 군사고문단장, 소련 무관 등 3가지 중책을 맡았던 블라지미르 니콜라예비치 라주바예프(예비역 중장)가 모스크바에 보고한 극비 문서를 종합한 '6.25전쟁 보고서'(전 4권)를 25일 출간했다. 연구소측은 6.25 전쟁사를 종합적으로 고찰하기 위한 학술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러시아연방 국방부 중앙문서보관소에 보관중인 전쟁 관련 문서 중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은 라주바예프의 보고서를 발췌,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전쟁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측의 남침 작전을 담은 '조선인민군 배치 및 반격계획'은 공식적인 명칭과 달리 별도의 방어단계 없이 공격 위주로 계획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격준비사격'이란 용어를 사용, 6.25 전쟁이 북측의 선제 기습공격으로 시작됐음이 입증됐다. 또 북한군이 전쟁 초기 서울을 차지한뒤 3일간 지체한 이유와 관련, 라주바예프는 △북한군 지휘부가 서울을 점령한뒤 승리감에 도취한 데다 △북한군이 한강교에 도달했을때엔 이미 한강교가 폭파돼 도하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을 전후해서 북한군의 작전계획에 오판이 많았음도 드러났다. 북측이 연합군의 새로운 상륙지점을 원산 등 동해안으로 판단, 원산항을 기점으로 기뢰 1천1백기를 부설하는 등 군사력을 집중하는데 실패했다는 것. 소련의 배후조정설도 새삼 확인됐다. 라주바예프는 "전쟁 전 분야에 소련군사고문단이 관여치 않은 전투가 없었다"고 실토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