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치적으로 신중한 처신을 계속해온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이 최근들어 연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지난 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초.재선 서명파 의원들을 만나고 이 총재 비판에 나서는 등 보폭을 급속히 넓혀가고 있는 것. 한 위원은 25일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이 총재의 자질론을 거론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을 장악하는게 목표였다면 실패했다. 언론을 장악했다면 연일 언론으로부터 얻어맞을 수 있겠느냐"고 언론탄압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 세금모금 사건도 사실로 확인돼 서상목(徐相穆) 전 의원이 구속됐고 총풍사건도 실제 모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이 총재는 야당에 불리하면 탄압이라고 한다"면서 "그래서야 어떻게 정권을 잡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 정부가 이산가족을 상봉시키고 서신을 교환하면서 수십년만에 남북 장관급 회담을 했을 때 이 총재는 대북문제에 대해 무엇을 했는가.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이념이 있는가"라고 자질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한 위원은 당내 문제와 관련, "집권 이후 오로지 김 대통령 혼자서만 일하고 뛰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당정의 대통령 보좌미흡을 문제삼았다. 아울러 그는 "대통령을 뵙고 난 뒤 서명파 의원들을 만나 '대통령이 다 알고 계시니 좀 기다려보자'고 했더니 '안된다. 당장 (쇄신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반발하더라"면서 쇄신운동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한 위원은 그러면서 "동교동계 신파니 구파니 하면 마치 내가 분란을 일으킨 것으로 된다"면서 "앞으로는 그냥 동교동계로 해달라"고 당부,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그의 한 측근의원은 "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많은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면서 "그 이후 한 위원이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나름대로분석, 여운을 남겼다. 한 위원은 26일 공주대에서 '한국정치의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내달 3일부터 독일을 방문한 뒤 내달말에는 '6.15 정상회담' 1주년 기념 자동차경주대회를 위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