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9일 당4역회의와 총재단회의를 각각 열고 여야 '9인소위'가 전날 잠정합의한 돈세탁방지법 내용에 대한 수용여부를논의했으나 민주당은 합의안을 추인한 반면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날 오후 9인소위를 다시 열어 절충에 나섰으나 한나라당이 잠정합의안 대신, 돈세탁방지법의 대상에 정치자금을 포함하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계좌추적권은 부여하지 않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함에 따라 난항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 여야 총무가 정치자금을 대상범죄에서 제외하되 FIU에 무차별 계좌추적권을 부여키로 잠정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발칵 뒤집혔다. 이회창(李會昌) 총재 주변에서는 이 총재가 지난 3월 9일 "돈세탁방지법에 정치자금을 포함시키겠다"고 선언한 점을 들어 이재오(李在五) 총무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경위 소속 의원들은 재경위의 안과 동일한 전날 잠정합의안을 지지했으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FIU에 광범위한 계좌추적권을 허용할 경우 불가피하게 정치자금까지도 추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이날 재경위 및 법사위 간사들과 의견조율에 나섰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재경위와 법사위 의원들이 주장하는 2개안을 총재단회의에 상정했다. 총재단회의에서 이 총재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한국적 정서에 따라 정치자금을 포함했는데 이를 다시 뺀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정치자금을 대상범죄에 포함시키되 FIU의 계좌추적권은 허용하지 않는 내용의 수정협상안을 마련했다. ▲민주당 = 오전 열린 당4역회의에서 전날 9인소위가 합의한 내용을 추인했다. 특히 천정배(千正培) 조세형(趙世衡)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수정안을 내더라도3당 합의로 부결시키기로 했다. 또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정치자금 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키로 했다. ▲9인소위 = 이날 오후 열린 '9인소위'는 야당이 전날 잠정합의안 대신 수정 협상안을 제시함에 따라 난항을 겪었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야당의 협상안에 대해 "여야합의가 안되면 오늘처리가 어렵지 않느냐"며 "정치자금을 대상범죄에 포함하되 모계좌 및 앞뒤 연결계좌에 대해서는 FIU의 계좌추적을 인정토록 하자"고 즉석에서 수정제의를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논의해 보겠다"고 답변, 9인소위는일시 중단됐고 양당 총무는 당 지도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앞서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 의원은 "금융실명제법상 계좌추적을 허용하는 경우는 법원의 영장이나 세무조사 등 극히 제한적일 뿐 그 이외는 전혀 허용이 안된다"며 FIU에 대한 계좌추적권 부여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그러자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총무는 "야당이 협상안을 번복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면 국회법 처리도 법대로 하고, 예결위 구성도 법대로 하라"고 불쾌감을표시했다. ▲협상마다 바뀐 법안골격 = 여야의 잇단 협상 결과에 따라 돈세탁방지법안의내용은 수시로 골격이 변했다. 재경부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는 대상범죄에 정치자금이 제외된 대신 FIU에 무차별적 계좌추적권이 부여됐으나, 정치자금 제외에 따른 여론이 고조되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 3월 "대상범죄에 정치자금을 포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4월 23일 열린 9인소위에서는 `정치자금 포함 및 FIU 계좌추적권 삭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계좌추적권이 삭제된데 대해 비판 여론이 여전하자 여당은 다음날 `정치자금 포함 및 FIU에 제한적 계좌추적권 부여'라는 수정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여야 총무는 잠정 합의를 했다. 그러나 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 합의안을 거부했고, 이후 국회 공전으로 논의가진전되지 못했다. 이어 여야는 지난 18일 9인소위에서 재경부 원안과 골격이 같은내용으로 의견접근을 봤으나 또다시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최종합의에 진통을겪고 있다. ▲9인소위 2차협상 =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친 여야는 이날 오후 4시께 협상을재개했으나 양측이 기존 입장에서 좀처럼 물러나지 않음에 따라 난항을 거듭하다가결국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추가 협상을 벌여 정부의 추경예산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소집이 예정된 오는 25일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소위에서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FIU의 계좌추적은 허용할 수 없으나 영장없이 신용정보는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FIU에 문제가 되는 계좌의 앞뒤 계좌에 대해서는 추적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양보안은 연결계좌에 대한 제한적 계좌추적권을 부여했던 지난 4월의 9인소위 잠정합의안 보다도 후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 법사위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자금세탁방지법에 정치자금을 넣으면 정의롭고 안넣으면 부정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자금은 넣어도 되고 빼도 된다"고 말했다. 이상수 총무도 "(불법) 정치자금은 이 법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뇌물죄로 처벌이가능하다"고 거들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개혁입법중 하나인 이 법안은 정치자금 포함 여부가 쟁점"이라며 "이 총무에게 일임해 오늘 아니면 회기내에 처리하길기대한다"고 말했다. gija007@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최이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