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기자회견을 연기한 것은 '가뭄' 극복에 총력을 쏟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지금은 온국민이 힘을 합쳐 가뭄 극복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회견연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9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가뭄 극복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해줄 것"을 지시했다. 또 같은 날 KBS 특별생방송 '가뭄지역에 양수기를 보냅시다'프로그램에 출연,금일봉을 전달하고 농민들을 위로하는 등 가뭄피해 극복에 전국민이 관심을 쏟을 것을 호소했다. 지금은 민·관·군이 물 한방울이라도 더 찾기 위해 애쓰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 김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가뭄사태가 계속되는 한 김 대통령의 회견은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본래 국회가 열려 있는 동안에는 회견을 피해왔다"고 지적,이달말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는 회견일자가 잡히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여권 일각에서 국정쇄신 및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권유한 것도 회견연기의 또다른 이유라는 관측도 있다. 김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서울답방 스케줄을 밝힐 것을 촉구한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본뒤 회견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준영 대변인은 "회견 연기는 가뭄 극복에 매진하기 위해서일뿐 남북관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