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7일 북.미대화 재개를 선언함에 따라 그동안 경색됐던 북.미관계가 조만간 대화국면으로 복원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성명은 취임 후 북한과의 대화의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북.미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나아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불신하는 등 대북 강경자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날 "포괄적 접근의 틀에서 추진하겠다"며 한.미.일 공조로 포용정책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경우'란 단서조항을 달기는 했지만 대북 제재조치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표명했다. 북.미관계가 진전될 경우 컴퓨터 등 하이테크산업의 대북 수출금지 등 경제제재조치와 테러지원국 지정조치도 완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핵문제 등이 해결돼야 경제협력 등을 논의할 수 있다"며 '단계적 접근'방식을 고수해온 미국이 포괄적 접근이 가장 유효하다는 한국정부의 설득을 받아들인 결과로 평가된다. 때문에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르면 이달말께 잭 프리처드 한반도 담당 특사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 차관보급 대화부터 시작해 점차 접촉 레벨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 대화재개가 양측관계의 급속한 진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핵 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는 민감한 사안으로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은 주제다. 부시 행정부는 또 북한 핵 활동과 관련해 제네바합의의 '개선'을 요구하고 핵사찰 등도 '검증'을 강조, 강경기조를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재래식 무기도 의제로 다루겠다고 언급,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대화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임스 켈리 미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이제 공이 북한으로 넘어갔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이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와 맺은 공동보도문에서부터 협상을 시작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과거 정권의 기본틀을 유지하되 짚을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는 입장이어서 북.미회담의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