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남해안 영해를 무단 침범했던 북한 상선 청진2호와 백마강호가 4일에는 우리 군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듯 동·서해의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해 북한측으로 넘어갔다. 합동참모본부 박정화(대령) 해상작전과장은 4일 "청진2호가 이날 오전 5시께 서해 소청도 서남방 해상 81㎞ 기점에서 해주쪽으로 우회한 뒤 11시5분께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의 NLL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북한 선박이 서해상에서 북쪽으로 항해하면서 NLL을 넘기는 지난 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박 대령은 "이에 앞서 백마강호도 우리 해군 함정의 감시를 받으면서 오전 5시10분께 동해 NLL을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청진2호가 NLL 남단 서해상에서 북한쪽으로 우회하자 1.8∼3.6㎞ 거리를 두고 감시하던 우리 해군 함정은 "백령도 바깥으로 우회해 달라"고 경고했으나 북측 상선은 "해주쪽으로 가겠다"며 항해를 계속했다. 이와 관련,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북한 상선이 우리측의 통신검색에 응하고 적대행위를 하지않아 6·15 남북 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최단거리 통과를 허용했다"고 강조했다. 합참 김근태(준장) 작전차장은 "만약 북한 상선이 또 다시 이번처럼 NLL을 통과할 경우 교전규칙과 작전예규에 따라 경고 및 위협사격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및 NLL 통과를 잇따라 묵인한 군의 결정에 대해 '지나친 양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북측 선박이 통과한 항로는 지난해 3월23일 북한 해군사령부가 '서해 5도 통항질서'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경계선'과 일치하는 만큼 앞으로 이같은 사건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측이 정전협정 무력화를 시도하거나 제주해협을 통과한 북한 상선의 북방한계선 직접 통과를 요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것도 군 당국의 숙제로 남아 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