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내홍이 소장파와 수뇌부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안동수 인사파문''으로 촉발된 ''정풍운동''은 소장파와 수뇌부간 인신공격성 설전으로 발전하면서 갈등의 골이 날로 깊어지는 형국이다.

◇정동영-정균환 격돌=범동교동계인 정균환 총재특보단장은 29일 소장파의 대표격인 정동영 최고위원을 겨냥,"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어려운 당의 상황을 악용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 단장은 "지난 25일 새벽 정 위원 및 천정배 의원과 만나 김대중 대통령과의 면담을 약속하며 더이상 행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그런데도 정 위원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고려해 독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정 단장은 이어 "개혁이니,정풍이니를 주창하는 당사자가 이런 독한 거짓말을 하는 행태야말로 개혁의 대상"이라며 독설도 뱉었다.

이에 정 위원은 "나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고 어떤 얘기를 한다 해도 변경될 상황이 아니다"고 전제한뒤 "대통령 면담을 먼저 요청한 적은 없다"며 정 단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 위원은 "정 단장의 말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느냐.사실과 많이 다르다"며 "본질은 당정쇄신"이라고 강조했다.

두사람의 감정싸움에 대한 당수뇌부와 소장파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중권 대표는 "의견제시는 당규와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이번 의사표현 방법은 부적절한 것"이라며 정 단장의 입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안동선 최고위원도 "소장파의 주장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데 어떻게 충정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천정배 의원 등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초점을 왜곡해선 안 된다"며 당정쇄신을 거듭 요구했다.

천 의원은 "정 위원의 말은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진화=권력투쟁 양상으로 비쳐지자 지도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정 단장의 의사표시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게 총재의 뜻"이라며 사태의 확산을 차단했다.

청와대측도 일단 직접 개입을 꺼리면서도 "충정어린 마음에서 한 얘기라면 귀담아 듣고 수용해야 한다"며 최고위원 회의와 워크숍을 통해 풀어나갈 것을 기대했다.

이재창·윤기동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