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 4월9일부터 한달여간 의약분업 및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용 실태에 대해 특감을 실시한 결과를 28일 발표하고 "재정파탄의 원인은 의약분업의 준비없는 강행과 건강보험 재정추계의 착오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보건복지부가 예상되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는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감사원은 또 이번 특감에서 의료보험 수가가 지나치게 많이 인상됐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재정파탄 실태=노령인구 및 수진율 증가 등 자연증가 요인 이외에도 고가약 처방 등으로 올해에 최소한 3조8천7백67억원 정도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복지부는 고의로 적자 규모를 축소 보고했다.

특히 복지부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통령 국회 등에 대책을 보고할 때는 이와같은 적자추계는 뺀채 ''본인부담금은 인상하고 진료수가를 조정해 재정지출을 줄이는'' 식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대책으로 보험재정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행과정 대처소홀=의약분업 시행으로 약국에 7백∼1천4백종 이상의 의약품 비치가 필요한데도 실제로 의사들이 약사에게 처방약 목록을 미리 통보하지 않아 약이 준비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또 약국에서의 조제시간을 줄이기 위해 병원과 약국간 팩스를 설치해야 하나 지난해 7월 조사결과 설치율이 56.4%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의료수가 결정시 의약분업에 따른 환자수 증가로 수입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었으나 복지부는 통계지표를 잘못 적용해 정부가 3천9백78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

약국의 경우도 야간조제시 가산제가 없다는 이유로 수가를 지난해 6월 인상한후 3개월후인 9월에 야간 가산제를 새롭게 도입,1천9백억원 상당을 중복 보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재정 방만 운용=국민건강보험공단은 4월말 현재 1조1천5백37억원에 달하는 보험료 체납액을 회수하는 대책마련을 소홀히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심사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해 전체 요양기관의 23%(1만4천3백32개 병원·약국)가 해외체류자를 진료·조제한 것처럼 허위 청구했는데도 8억원을 그대로 지급했다.

두 기관은 또 법정정원을 초과 고용했으며 퇴직금 등 인건비도 부당지급하는 등 보험재정 1천72억원을 남용한 것으로 지적됐다.

◇제도개선=장기처방에 대한 보험급여 제한조치로 만성질환자들의 진료횟수가 늘어난 것도 문제로 밝혀졌다.

과잉처방을 유발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하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2000년 7월1일부터 실시키로 결정했으나 이도 의료계의 반대로 무기 연기됐다.

고가약 처방을 막기 위한 ''약제비보상 상한제''등 대책마련도 소홀히 했다.

따라서 감사원은 원외 처방료 폐지등 의보수가조정,보험료 징수율 제고 및 체납방지,국민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등 보험재정 운용 기관의 구조조정 및 경영혁신을 골자로 하는 종합개선 대책을 수립, 시행토록 복지부 등 관련기관에 통보했다.

홍영식·정태웅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