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단행된 ''사정기관 수장'' 인사는 지역적인 안배를 고려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은 오는 25일 임기가 만료되는 박순용 검찰총장 후임으로 신승남 대검차장을 일찌감치 내정해 놓은 상태였다.

신 내정자가 사시 9회출신으로 서열상 총장을 맡을 기수인데다 검찰조직의 안정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김정길 법무장관(전남 신안)을 전격 교체키로 결정한 것은 신 총장의 임명으로 쏟아질 호남 출신의 ''사정기관 독식''이란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있다.

현재 사정기관의 핵심요직은 안정남 국세청장(영암)과 이무영 경찰청장(전주),신광옥 청와대 민정수석(광주)등 호남 출신으로 짜여져 있다.

때문에 김정길 장관이 대과없이 업무를 수행해 왔으나,충남 서천 태생으로 민주당에서 잔뼈가 굵어 충성도가 강한 안동수 신임 장관을 후임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신임 장관의 낙점에는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온 전력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도 "안 신임 법무장관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주인권국가 구현에 기여해왔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내 호남인맥의 선두주자인 신 검찰총장 내정자는 박순용 검찰총장(사시8회)의 1기 후배.조직서열을 ''생명''으로 삼는 검찰에서 임용 기수를 대폭 낮추지 않는 한 대안이 없었던 셈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