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수렴과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족한 ''국가혁신위원회''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혁신위 자문그룹 위원으로 추정되는 2백여명의 명단이 16일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한나라당은 "접촉대상자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대부분의 당사자들이 반발,논란이 일고있다.

또 민주당이 대선 분위기의 조기과열을 조장한다며 혁신위 해체를 요구하는 등 대야 압박에 나서 정치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은 이날 "우리가 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국가혁신위는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제왕적 총재가 오만 불손하다.

떡줄 사람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라며 이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전용학 대변인도 "이 총재는 대권놀음을 그만두고 혁신위를 해체할 용의는 없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혁신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충청권의 한 초선의원은 "혁신위라는 이름 아래 권위주의에 향수를 갖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또 이 총재가 보안을 이유로 지난 15일 있은 혁신위 자문위원 첫 만찬장소를 변경한 것은 공식기구로서 설립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편 만찬에 참석한 인사 가운데 한나라당이 신원을 확인해준 인사는 남덕우 전 총리 뿐이다.

남 전 총리는 "정당에 가담할 생각은 없다.

다만 국사에 대해 사견을 듣고자 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응해 조언하고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인사들은 모두 회의참석을 부인했다.

한나라당이 초청한 인사가운데 관계출신은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장관,박세일 전 청와대정책기획수석,김숙희 전 교육부장관,김명호 전 한국은행총재,김경원 전 주미대사,김기환 전 세종연구소장,이승윤 전 경제부총리,한승주 전 외무장관,최재삼 전 해양경찰청장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선 김경동 손봉호 정정길 서울대교수,박영철 고려대교수,안병영 송복 연세대교수,이상우 서강대교수,김영작 국민대교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