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일 평양을 방문한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 및 EU 대표단을 환대함으로써 개혁과 개방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서방세계에 과시했다.

경제회생과 국제사회 진출을 위해 서방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특히 북한이 EU의장국 대표를 서방국가 원수중 가장 먼저 초청한 것은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대응 조치로 보인다.

미국이 씌워논 "테러지원국"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견제세력인 유럽과의 관계개선이 시급하다는 현실인식을 반영한 결과이다.

EU 회원국 대다수가 사회민주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그리고 유럽이 대외원조에 적극적인 점도 북한이 이런 결정을 한 또다른 이유로 관측된다.

북한이 당초 서방 언론인의 정상회담 취재에 난색을 표명하다가 75명의 대규모 방북취재단의 입국을 허용한 것도 개혁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은 이번 EU 대표단의 방북을 계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얻어냈다.

사실 그동안 서방으로부터 "은둔자"로 평가받던 김 위원장은 EU 대표단의 방북에 동행한 서방 언론으로부터 집중조명을 받았다.

북한은 김 위원장과 EU 대표단간 정상회담을 통해 김일성 주석 사망이후 일시적 혼란을 극복하고 김정일 체제가 확고히 자리잡았음을 서방으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이다.

북한은 EU와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통해 역설적으로 미국과 대화 재개를 희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로 북.미 관계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EU 대표단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EU 대표단과의 정상회담으로 북한이 곧바로 개혁.개방을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으로서는 경제회생 못지않게 체제수호가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올들어 "신사고"론과 실용주의를 강조해온 김 위원장이 여전히 "선군정치"를 앞세우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평양=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