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1일 최선정 보건복지부장관이 제출한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후임자를 임명한 것은 책임행정을 구현하고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최 전 장관이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장관직 사임을 발표한 것은 이날 오후 4시.

청와대는 이 시간으로부터 40분이 지난 뒤 김원길 민주당 의원을 신임 장관에 전격 임명했다.

시간을 끌어서 득 될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책인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정황을 감안할 까닭이 없다는 현실 인식도 다분히 담겨 있다.

이런 결정에는 성난 민심도 고려된게 분명하다.

전임 장관이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 만큼 ''만신창이''가 된 이상 새로운 장관에게 난제해결을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더욱이 국민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민주당 수뇌부가 보건복지부장관의 ''신속교체''를 강력히 건의해온 것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분업과 의보재정 등에 대한 정책보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민심을 되돌리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는 당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또 김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은 장관의 문책인사에 그치지 않고, 의약분업을 추진해온 차관과 국장 과장 등 전현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조치의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개각은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달말쯤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 "개각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얘기하던 청와대가 ''월말개각''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의보재정 등 긴급 현안에 대한 불을 끈후 전면적인 개각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