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일 지하철 민생탐방 도중 ''분노한 민심''을 접했다.

이날 오전 종로3가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여성 해고노동자 조성애씨를 만나 여야 정치권을 향해 퍼붓는 심한 질책을 들은 것.

조씨는 "어디 가시는지 모르지만 승용차를 타고 다니세요. 만날 찍는 이 총재나 찍지 말고 대우자동차 해고노동자도 찍어보세요"라며 이 총재와 취재진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이에 이 총재는 "대우차에 가보았습니다"라고 말하며 조씨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조씨는 "대우차 해고자 가운데 장애인이 몇명이나 해고된줄 아는가. 어떻게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도 총선때 대우차를 절대 팔지않겠다고 약속하더니 집회때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야당이 그 지역에서 다 떨어졌다"는 이 총재 측근의 지적에 대해선 "평상시 잘해야지요. 왜 떨어져요"라고 몰아붙였다.

여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냈다.

조씨는 "''의원빼주기''는 한편의 코미디였다.

어제 국민과의 대화를 보았더니 대통령은 남의 말을 안듣고 자기얘기만 하더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이 총재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직접 와서 민심을 듣는 것"이라고 답했으나, 조씨는 "다른 사람들도 앉아서 가게 제발 비키세요" "야당도 잘해 보세요. 저도 지지하게"라며 시종 냉랭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