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오후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이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한에 앞서 국회를 방문,"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면서 남북한 평화과정의 당사자 합의우선 등 러시아의 대 한반도정책 5대 원칙을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접견,동북아 정세등 상호관심사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유종근 전북도지사와도 만나 경제협력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한으로 일단 한·러간 경협은 그 윤곽을 잡게 됐다.

그러나 경협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걸림돌이 많아 이른 시일내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TSR 연결=북한의 태도가 명확지 않다.

러시아는 "북한이 연결사업에 이견이 없다면서 3국 철도장관 회담에도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또 철도가 연결되면 통과료 수입을 얻게 되는 만큼 북한이 동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또 러시아가 북한철도 현대화 사업과 관련,수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후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투자를 요구한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나홋카 공단,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러시아는 곧 나홋카 공단 법안을 두마(하원)에 제출,비준할 방침이다.

그러나 러시아 세무당국이 반대하고 있는데다 국내법과 상충되는 면도 있어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르쿠츠크 가스관의 노선 결정도 풀어야할 현안이다.

현재 북한을 거치는 육로노선과 이르쿠츠크∼베이징∼인천으로 이어지는 해양노선이 검토되고 있으나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있어 결론을 내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경협차관 상환과 방산협력=18억달러에 달하는 경협차관 상환문제도 또다른 난제다.

러시아는 현재 4백억달러의 채권을 가진 파리클럽(서방 공공채권단)과의 협상에 집중하고 있어 한국과의 협의는 늦어지고 있다.

차관상환 방식과 관련해서도 양국은 7억달러 상당의 러시아 방산물자를 우리측에 현물상환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으나 구체적 품목선정을 위한 우리 정부의 실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지난해 러시아제 잠수함 구입을 검토했으나 실사 뒤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나 무산됐던 사례도 있다.

또 우리 정부가 러시아 무기를 구입하는데 대해 미국측이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쉽게 결정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