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처음으로 편하게 잤다"

반세기동안 잃어버렸던 아들 김두식(70)씨를 만난 남측 이산가족 최고령자인 허계(92)씨는 잘 주무셨느냐고 밤새 안부를 묻는 아들에게 이렇게 답했다.

허씨가 "너를 잃어버리고 나서 점을 보니 네가 죽었다고 해 그동안 마음 편할 날이 하루도 없었다"고 하자 두식씨는 "점은 미신이야요.
제가 이렇게 살아왔는데"라며 노모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수원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던 두식씨는 지난 50년7월 고향(충북 충주)을 둘러보고 오겠다고 나간 뒤 소식이 끊겼었다.

이젠 슬하에 3남3녀를 두고 손자까지 볼 정도로 나이를 먹어버린 그는 "어머니는 나를 22세에 낳아도 이렇게 정정하신데 오히려 내가 나이를 더 먹은 것 같아 힘들다"며 웃음지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