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이 부시행정부 출범이후 첫 한.미 외무장관회담을 마치고 10일 귀국했다.

이 장관의 워싱턴 방문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 등 미국의 한반도정책 핵심 관련자들은 이 장관과 만나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밝혔다.

또 대북관계에 있어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점도 확고히 했다.

양국은 이와 함께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3월중에 최대한 빨리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뒤 대북정책의 변화가능성을 둘러싸고 양국간에 조성됐던 ''이상기류''는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사람의 말이 침소봉대돼 그동안 적지않은 오해가 있었다"며 "양국이 대북정책의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오해가 불식될 것"이라고 방미 성과를 요약했다.

그러나 이번 방미에서 미국측 실무진 인선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조율은 전혀 없었던 만큼 ''양국간 이견이 없다''는 정부 견해는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파월 장관이 북한의 변화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미사일 문제가 북·미관계 개선의 관건(ticket to the stadium)"이라고 강조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견지,앞으로의 사안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앞으로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유도하고 미국에 이를 납득시키는 등 북한과 미국의 중개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