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정치권에서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의원 3명이 자민련에 전격 입당한 것이다.

지금까지 현역 의원의 당적이탈 사례는 무수히 많았지만 이번처럼 다수 의원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동시에 당적을 옮긴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떠난 당에서 극찬을 받는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주요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살신성인의 결단'' ''우국충정의 발로''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사태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여당의 아리송한 태도는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양당 지도부가 탈당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탈당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여권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총선 민의를 왜곡했다는 공격에 대해 민주당은 "민의는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의석 분포를 흔들지 않겠다는 공언이 깨진데 대한 설명으로는 궁색하다.

탈당 인사에 충청권 출신뿐 아니라 동교동계 의원이 포함된 점에서''정략''이 숨어있다는 의혹을 떨치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갑자기 이상한 공이 떨어지자 놀던 아이들이 만질까 말까 어리둥절하고 있는 상황과 같다"며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당장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오는 4일로 예정된 여야 영수회담의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이번 사태가 정계개편설로 이어질 경우 새해벽두부터 정치권은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집권 여당과 제1당의 ''무능''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여야 모두 눈만 뜨면 ''상생의 정치''를 외쳤지만 국민들은 제대로 이런 정치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 드라마가 ''코미디''로 결론날지,아니면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대하 드라마''가 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이를 빌미로 정치권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국민들의 새해 의지를 발목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공통된 바람이다.

김남국 정치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