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영훈 대표와 권노갑 최고위원의 퇴진은 당과 청와대의 개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서 대표가 18일 자진해서 사퇴의사를 밝혀,당 수뇌부는 물론 여타 임명직 최고위원을 전면 개편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

이를 의식한듯 서 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여러가지 쇄신을 하겠다고 했는데 자유롭게 사람을 쓰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권 위원의 퇴진은 당내는 물론 여권 전체의 역학구도 변화에 단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권내 사실상 ''2인자''였던 그의 낙마로 힘의 공백상태가 촉발된 만큼 당과 청와대의 인적교체 과정에서 ''힘의 안배''가 최우선 고려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주간 권 위원 퇴진 파문을 거치면서 당분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인선이 자칫 또다른 갈등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도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당개편에서는 비동교동계가 전면에 포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와관련,여권의 한관계자도 "이번 당 개편의 핵심이 당 화합인 만큼 계파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는 철저히 배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교동계가 전면에서 퇴진하는 동시에 특정 실세와 가까운 인사들도 인선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차기 당대표의 경우 현재 실세로 할지,관리형으로 할지는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부는 관리형쪽으로 기운듯하나 "현상황이 관리형으로는 어렵지 않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관리형이라면 대상으로 거론돼온 김중권 최고위원과 김원기 고문중 당내 계파가 없는 중립적 인사인 김 고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지난 8.30 경선 당시 권 위원의 퇴진으로 동교동계 대표주자로 부상한 한화갑 최고위원과 손을 잡았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대표가 될 경우 한-김 라인이 당내 막강한 신주류를 형성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이인제 최고위원 등 비주류를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

당3역 개편에서도 이같은 ''화합형 인사''원칙이 적용될 것 같다.

사무총장에는 비주류인 김원길 의원과 색깔이 없는 김덕규 의원,이해찬 정책위 의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정책위 의장도 홍재형 강현욱 의원,원내총무에는 이상수 유재건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개편에도 여권의 역학구도 변화가 그대로 감안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 위원과 가까운 한광옥 비서실장은 청와대에 남아 있든지,아니면 당으로 옮겨 최고위원을 맡아 당과의 가교 역할을 하리라는 관측이 강하다.

권 위원과 김옥두 총장의 퇴진이 사실상 동교동계 구파의 몰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화갑 위원등에 지나치게 힘이 쏠리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현실 인식이 다분히 반영된 해석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