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평양에서 끝난 제4차 남북장관급회담은 북측의 전력지원 요구와 합의문 문안을 둘러싼 이견으로 밤 늦도록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진통을 거듭했다.

북측이 전력지원을 요구한 것은 지난 14일밤 수석대표 및 실무대표 접촉에서다.

북측은 남측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한 직후부터 공식회담 등에서는 "주적문제"를 집중 부각했으나 오.만찬장 등 공식회담 이외의 자리에서는 전력난의 심각성을 계속 거론했던 터였다.

북측은 이 자리에서 "우선 50만kW라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북측 관계자는 "우리측이 남측에 2백만kW의 전력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총 지원요청 규모는 2백만kW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북측의 전력지원 요구는 전력난이 극심하기 때문.

지난해 북측의 총 발전설비용량은 7백39만kW이지만 설비노후 등으로 인해 전력생산이 가능한 실질 발전설비용량은 2백만kW에 불과한 상태.

각 가정의 전력소비량이 백열등 1개를 켤 정도밖에 안된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북측은 전력지원이 합의되지 않으면 남측이 제의한 경협추진위 구성,이산가족 문제 등의 회담의제들을 논의할 수 없다고 버텼고 남측은 경협추진위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하자고 맞섰다.

경협추진위에서 북한의 전력실상을 조사한 뒤 순차적으로 논의하자는 얘기였다.

이같은 의견대립으로 15일 낮 동안에는 연락관 접촉만 유지한 채 수석대표 및 실무대표 접촉이 이뤄지지 못했다.

남측 대표단은 오후까지도 북측이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합의가 안되면 돌아가겠다"며 평양 순안공항에 비행기를 대기시킨 채 짐을 꾸리며 북측을 압박했다.

결국 북측은 오후 5시를 넘어 실무접촉을 제의했고,심야까지 두차례의 접촉을 통해 합의문의 문구조정 작업을 벌였으나 쉽사리 타결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전력지원 문제에 관해 남측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관측됐으나 어떤 문제가 막판 걸림돌로 작용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합의문 타결이 늦어짐에 따라 당초 이날 낮 평양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남측 대표단은 자정을 넘겨 날짜가 바뀐 뒤에야 서울로 향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