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만남이 이뤄진 1일 서울 롯데월드호텔과 평양 고려호텔에서는 방방마다 이산가족들이 생이별의 아픔을 메우려는듯 갖가지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서울을 찾은 큰 형 리석균(72)씨에게 동생 석순(69)씨 등 남측의 가족들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머리카락과 어머니가 백발로 만든 붓으로 썼다는 시 등을 형에게 건넸다.

평양에서 남측 김덕희(88) 할머니는 북의 외손자 김인춘(45)씨가 간염을 앓고 있다는 소식에 간염약을 구해 "곧 나을 것"이라며 전했다.

북측 방문단 홍응표(64) 평양 직물거래소 지배인은 누나 양순(74)씨에게 옷감을 선물로 전했으며 평양 예술대학 강좌장인 김재홍(68)씨도 자신의 뒤를 이어 미술을 전공한 아들의 작품 몇 점을 준비해왔다.

평양을 방문한 서양화가 김한(72)씨도 직접 그린 그림을 동생인 북측의 공훈시인 김철(67)씨에게 선물로 줬다.

김철씨는 그림 7점과 도자기 3점을 답례로 전했다.

하재경(65) 김책공업종합대학 강좌장의 형인 재인(74)씨는 과학자용 전자계산기와 확대경,돋보기 안경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한편 북측 림현식(68)씨의 동생 윤식(65)씨는 15돈쭝짜리 금목걸이를 전하려 했지만 형님이 한사코 사양해 결국 손가락에 끼고 있던 금가락지를 뽑아 형의 손가락에 끼워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또 북측의 황영호(77)씨는 여동생 영철(66)씨가 준비한 오리털파카와 골덴바지 등을 "북측에도 다 있다"면서 거절했다.

족보를 전한 가족들이 많았고 대부분 가족사진 손목시계 금반지 의약품 화장품 테이블보 등을 선물로 교환했다.

짧디짧은 만남의 기간이었지만 가족들은 서로의 마음을 선물로 전하며 환희 웃었다.

김현석 기자·평양=공동취재단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