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와서도 못만난다니…"

반세기만의 가족상봉을 위해 평양에 갔으나 정작 북측 가족들의 거동이 불편해 만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라 이산가족들을 안타깝게 했다.

때문에 앰뷸런스 상봉이나 병원방문 상봉 등을 확실히 허용해 모든 상황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측 방문단의 한종은(82·행촌병원 원장)씨는 북측의 여동생 일심(72)씨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어 1일 개별상봉에서 영보(68)씨 등 조카 셋만 만나게 되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일심씨는 5남1녀중 유일하게 생존한 막내 여동생으로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는 것.

한씨는 일심씨가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60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여기서 돌아가면 이제 죽는 일밖에 안남는다.가서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북측 관계자들은 "어려울 것 같다"는 대답만 들려줬다.

남측 방문단의 김진옥(80·여)씨도 살갑게 지냈던 시동생 차한규(72)씨가 거동이 불가능해 결국 나오지 못하자 "앰뷸런스라도 타고 와 꼭 한번 보게 해달라"며 읍소했다.

당초 북측이 거동불편자로 통보해온 북측 가족은 모두 7명.이중 강경희(81)씨의 두 여동생 영희(71),영림(67)씨는 ''거동못함''으로 통보됐으나 이날 상봉장에 나와 ''뜻밖의 기쁨''을 안겨줬다.

반면 별다른 통보가 없었던 명용덕(84)씨의 큰딸 영숙(61)씨는 갑자기 몸이 불편하다며 나오지 못해 희비가 교차했다.

북측 가족들은 "병을 얻어 입원치료를 받고 있어 못나왔다"고 전했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