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환경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 20일 정부의 지나친 활동제한에 반발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황씨는 지난 6월 이후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외부강연,기고 등을 제한당했다며 국가정보원의 조치를 비판했다.

여기서 말하는''환경의 변화''란 남북정상회담과 그후의 남북관계 변화다.

하지만 변화의 본질에 대해서는 정부와 황씨의 견해가 상당 부분 다르다.

황씨가 밝힌 국정원의 활동제한 이유는 현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는 것.황씨의 성명은 즉각 정치권의 논쟁으로 비화됐다.

지난주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민주당은 노동당 2중대''발언 파문 이후 1주일만이다.

그만큼 북한 및 남북관계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민감한 주제다.

하지만 변화의 실체와 본질에 대한 논의는 학계 일부를 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역시 그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황씨의 성명은 보여준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에 대해 경청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북한 및 남북관계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며 아직도 초보단계다.

때문에 누구도 북한의 변화에 대해 ''본질이 이렇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주 통일부 기자단이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면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국제문제연구소의 구라타 히데야씨는 "북한이 전술적으로 바뀌었지만 안보 등 전략적으론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방위청 방위연구소의 다케사다 히데시 교수도 "햇볕정책은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 총비서가 구사하는 것 아니냐"며 북한의 변화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다양한 의견 개진을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변화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북한 변화의 본질을 규명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화동 정치부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