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추가 공적자금 처리 등 시급한 민생현안을 다뤄야 할 때다. 국회를 파행시켜 또한번 국민을 실망시키지 마라"(야당 대변인 논평)

"''노동당 2중대''발언에 대한 당의 사과와 발언 의원 문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회의에 들어갈 수 없다"(여당 의총 결론)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보면 여야가 뒤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유야 어떻든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고 야당이 여당에 국회등원을 촉구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이콧이 야당의 전유물이었던 과거의 양태와는 사뭇 다르다.

민주당의 ''야성(野性)''은 요즘 자주 목격된다.

국감이 진행중이던 지난 2일 법사위에서 문제의 ''KKK발언''이 불거진 직후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갖기 위해 의원들을 국감장에서 철수시켰다.

여당의 이런 행태는 이례적이다.

급기야 민주당은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노동당 2중대''발언에 반발,14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보이콧 했을 뿐만 아니라 15일 경제분야 질문까지 파행시켰다.

그것도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위해 출타중인 상황에서.

물론 원인제공자는 야당이다.

구체적 근거도 없이 여당 핵심인사인 KKK를 거론하고 민주당이 북한 노동당의 2중대라니 분통이 터질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직 제명을 거론하는 심정은 이해할만하다.

그렇지만 국회를 파행시키는 문제는 별개다.

민주당은 그간 줄곧 추가 공적자금 동의안 등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를 위해 국회는 절대 파행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야당이 장외로 나갔을 때 모든 현안을 국회에서 다루자고 다그쳤던 게 민주당이다.

이제 와서 특정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아 국회파행을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모양이 좋지않을 뿐더러 명분도 약하다.

이쯤 되면 어디가 여당이고 어디가 야당인지,국민들은 헷갈리기 십상이다.

''여당답지 못한 여당'' ''야당답지 못한 야당''이 정국 경색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얘기는 파행을 거듭하는 우리 정치권의 비뚤어진 현주소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