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2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동방금고 사건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권인사 4명의 실명을 직접 거론,파문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박순용 검찰총장에게 "증권가 등 시중에 파다하게 유포된 내용을 말씀 드리겠다.

동방금고와 관련된 실세중 K씨는 민주당 권노갑 최고위원이고 원내인사로 거론된 K.K씨는 김옥두.김홍일 의원이며 차관급 P씨는 청와대 박준영 수석이라고 하는데 맞느냐"고 질의했다.

그는 이어 "정현준씨가 여권실세와 검찰간부까지 포함된 관련자 명단을 이미 검찰에 전해줬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며 "권력 실세가 엄청난 돈놀이를 해서 막대한 차익을 얻었고 이를 총선 자금으로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총장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정.관계 인사의 구체적인 실명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고받고 있으며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수사중인 사건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국감을 할 수 없도록 했음에도 이 의원은 실명을 직접 거론해 사생활을 치명적으로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천정배 의원도 "야당이 아무런 근거없이 자가발전식 논리전개를 통해 동료 정치인을 음해했다"며 "비겁하게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면책특권을 악용하지 말고 밝힐 게 있으면 떳떳하게 기자들 앞에서 밝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의 사과와 속기록 삭제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회의는 파행을 겪었다.

당사자인 김옥두 총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이번 일은 검찰을 불신해 국정조사로 가겠다는 한나라당의 고도의 정치적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측근은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이날 국감은 오전중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김기배 총장,정창화 총무,목요상 정책위의장 등 야당 3역이 대검찰청을 방문하면서부터 분위기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간 영문 이니셜로만 나돌던 여권 실세의 실명이 직접 거론될 것이란 설이 돌다가 급기야 이날 정오께 이주영 의원이 여권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회의가 정회된 후 민주당 배기선 의원은 "한나라당 3역이 이 의원에게 실명을 대도록 주문했고 이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며 "순진한 부장판사 출신인 이 의원을 시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무슨 상생의 정치냐"고 격분했다.

조순형 의원도 "지금까지 법사위에서 수많은 정치쟁점이 있었지만 이번 처럼 실명이 거론되기는 처음"이라며 "그 유명한 정형근도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주영 의원측은 "나름대로의 조사결과와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질의한 것이고 당3역이 지시했다는 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오늘 당3역을 만난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