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 및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방북의 장애물이 상당 부분 제거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다음달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북.미 수교의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방북 이틀째인 24일 오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두번째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테러지원국 해제 등 수교의 전제조건들에 대해 상당 부분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사람은 특히 관계정상화의 최대 장애물인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북한의 미사일 포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에 열릴 예정이던 김 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이날 회담은 오후에 이뤄졌다.

전날에 이어 북측이 일정을 변경한 탓이다.

이에 따라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오전 외무성과 만수대 의사당에서 백남순 외무상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각각 면담한 뒤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오후 2시45분쯤 올브라이트 장관의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다시 방문,2차 회담을 갖고 현안들에 대한 최종 담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과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회담 또는 환담하며 현안풀이에 나섰다.

전날 3시간 가량의 회담을 포함해 6시간 이상 김 위원장과 시간을 보낸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도 오후 일정의 대부분을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할애했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외교스타일 덕분이다.

미국측은 북측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조 부위원장이나 백 외무상보다 김 위원장과 직접 현안을 논의함으로써 접점을 찾기가 쉬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회담이 끝난 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양국 현안 논의에 깊이 개입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양국관계 개선의 장애물을 김 위원장이 직접 치우겠다는 뜻이다.

미국측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결과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그의 방북은 기정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시기는 다음달 중순이 유력하다.

한국,일본 등이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결과에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일 외무장관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25일 서해 직항로를 거쳐 서울로 와 김대중 대통령에게 방북결과를 설명한 뒤 3국 외무장관회담을 갖고 대북정책을 직접 조율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