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평양에 도착한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행보는 북.미관계 정상화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그만큼 이날 양측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갑자기 이뤄지면서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일정은 급류를 탔다.

이날 아침 7시 평양에 도착한 올브라이트 장관은 당초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백남순 외무상,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연쇄접촉을 가질 예정이었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은 24일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정과 달리 김 국방위원장 면담이 먼저 성사됐다.

김 국방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올브라이트 장관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를 직접 찾아가 면담했다.

두 사람이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한 미사일 문제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외교사무소 상호 개설 등 양국 현안과 함께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 앞서 길을 닦기 위해서다.

향후 북.미 관계개선 여부와 속도는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경우 양국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미국의 웬디 셔먼 대북정책 조정관은 지난 22일 평양으로 가는 기내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심어줬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을 방북을 위해서는 양측의 현안이 거의 타결될 정도로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미국측도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미사일 등에 관한 북한의 확실한 양보가 없이는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하기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안의 일괄 타결이 안될 경우 북.연락사무소 개설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이미 지난 94년 연락사무소 개설에 합의한 상태여서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미국측이 이번 방북단에 셔먼 조정관을 비롯해 일레인 쇼커스 국무장관 비서실장,스탠리 로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버트 아인혼비확산 담당 차관보,고홍주 인권 담당 차관보,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찰스 프리처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월트 도런 제독,마이클 시헌 테러 담당 대사 등 북.미간 현안을 다루는 담당자를 총동원한 것도 현안 타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김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회담이 갑자기 열리면서 조 부위원장 및 백 외무상 등과의 면담을 24일로 늦춰졌다.

공연 관람 등의 일정도 취소되거나 순연됐다.

은 모두 취소되거나 24일로 순연됐다.

김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먼저 이뤄짐으로서 올브라이트 장관의 회담상대인 조 부위원장과의 24일 회담에서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최종적인 타결이 시도될 전망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