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한 철 벌어서 1년을 먹고산다''는 유원지 상인들에 비유되곤 한다.

국회의원은 다른 활동 보다 훨씬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국정감사 기간중 ''한 건''을 올려야 제대로 활약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감이 실시되는 20일간이 1년중 가장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새천년의 첫 국정감사가 19일부터 시작됐다.

의원들의 열의도 남다르다.

한 의원은 6개나 되는 정책자료집을 이미 발간했다. 또 각 당은 소속 상임위별로 공동작업을 벌여 중복질의를 피하기로 하는 등 이전과 달라진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현장을 찾아 누수현장을 직접 확인,관계자로부터 확인서를 받아온 의원도 있고 북파 공작원을 만나 열성적으로 ''취재''하는 의원도 눈에 띈다.

그러나 건수를 올려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 탓에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국감자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왜곡·과장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무위 소속의 한 의원은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 61세 이상의 노인이 38%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폈다가 오히려 망신만 당했다.

잘못된 정부측 제출자료를 정밀하게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정보통신위원회의 한 의원은 지난해 우리 정부가 미군에 배속된 한국 군인 등에 1천1백90억원의 인건비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가 국방부가 "지원액이 아니라 평가액"이라며 정정을 요구하자 뒤늦게 잘못을 시인했다.

산자위의 한 의원은 수출보험공사 기금의 70%가 고갈될 우려가 있다는 자료를 냈다가 보험공사측이 잘못된 수치라며 항의,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태는 피감기관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는 등 적지않은 문제점을 유발한다.

국정감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폭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제 우리나라 정치도 국민들을 ''자극''하는 데서 벗어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숙된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