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뒤 잊고 지냈는데 대통령이 된 룸메이트가 우정을 잊지 않고 먼저 찾아줘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갑기 앞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지난 68년부터 4년간 압둘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바그다드 대학 기숙사와 인근 아파트에서 한 방을 쓰면서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오만규(60·LA 거주)씨.

그는 72년 졸업과 동시에 헤어진 왕년의 룸메이트를 28년만에 만난 감회를 또박또박한 말투로 털어놓았다.

오씨는 19일 오전 11시 여의도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열린 주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친선모임에 참석,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방한한 와히드 대통령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오씨와 와히드 대통령의 재회는 와히드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빈 방한했을 때 오씨를 만나고 싶다고 말해 외교통상부측이 오씨의 소재 파악에 나서 이뤄지게 됐다.

오씨는 "졸업하기 전 3년간 대학기숙사에서 와히드 대통령과 함께 지내다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멀어 학교인근의 아파트로 이사해 1년간 더 지냈다"고 소개했다.

바그다드대 아랍어과 67학번인 그는 "대학시절 경제학을 전공한 와히드는 이슬람교도로 가문이 매우 좋았고 신앙심이 돈독했으며 누구에게도 늘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며 "그가 나중에 종교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됐다니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아파트에서 자취생활을 할 때 식사때가 되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식사를 준비토록 하는 등 참 재미있게 지냈다"고 전했다.

ASEM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