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두 지역간의 협력을 도모하는 협의체이지만 의견차도 적지 않다.

유럽국가들은 인권,자유,법의 지배 등 서구적 가치와 유럽문화의 아시아지역 확산을 공동 추구하는 데 반해 아시아 국가들은 회원국들의 정치.경제.외교적 현실에 따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3차 회의의 의장인 김대중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의 이견을 어떻게 중재할지 주목된다.

유럽국가들은 우선 이번 회의에서 논의할 의제를 정하는 데 있어 각국 정상들이 제한없이 모든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인권문제를 포함한 정치문제를 적극 다루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내정불간섭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경제 및 교역활성화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맞섰다.

중국의 경우 티벳의 인권문제가 껄끄럽고,인도네시아의 경우 동티모르 문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제는 각국 정상들이 자유롭게 논의하되 현실을 감안해 발제하도록 했다.

각 분야별 예시의제를 만든 것도 이런 뜻에서다.

3차 회의후 발표할 의장성명서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의견차를 보였다.

프랑스가 정치대화를 강화하는 내용을 의장성명서에 담자고 주장했으나 아시아 국가들은 난색을 표명했다.

ASEM의 발전방향을 담을 기본문서인 "2000 아시아.유럽 협력체제(AECF 2000)"를 기초하는 과정에서도 두 지역의 이견은 여전했다.

유럽쪽에선 민주주의와 인권,평등존중,시민사회의 참여,법의 지배 등을 ASEM의 비전에 포함시키자고 해 논란을 벌였다.

결국 한국이 중재자로 나서 이같은 내용을 담도록 중국을 설득했고 대신 내정불간섭도 지켜야 할 원칙중의 하나로 포함시켰다.

경제 분야에서도 의견차이가 크다.

아시아 국가들은 아시아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화하는데 기여한 ASEM 신탁기금 1차분 4천3백만달러의 운용이 올해로 끝남에 따라 2차 기금 조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국가들은 이번 회의에선 검토만하고 내년초 재무장관회의에서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또 유럽국가들은 다른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과 함께 연내에 뉴라운드 협상을 출범시키자는 입장인데 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연내 출범"을 명시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