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에서는 헌정사상 초유의 ''실험''이 실시됐다.

총 2조4천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한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원회 회의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예결특위는 국회내에서 막강 상임위로 통한다.

1백조원대의 예산을 주무를 수 있는데다 16대 국회부터는 아예 상설화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예산안에 대한 실질적인 조정권을 갖고 있는 계수조정소위 위원은 ''최고의 보직''으로 꼽힌다.

본예산을 심의할 때 소위 위원들에게는 최소 2백건 이상의 청탁성 ''쪽지''가 쇄도할 정도다.

지금까지 계수조정 소위원회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특정 예산에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생기는데 누가 제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납득키 어려운 지역구 예산이 무더기로 반영되는 등 타협을 가장한 ''야합''이 잦아졌다.

이런 문제점을 없애고 투명하게 예산을 심의하겠다는 취지로 이날부터 회의가 공개됐다.

회의에서는 군 정보화 예산 3백20억원의 타당성을 놓고 1시간여 동안 토론이 이뤄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예산이 추경편성 사유에 맞지 않고 선집행됐다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맞섰다.

조성태 국방장관은 "군 가산점제 위헌판결 이후 장병들 처지가 매우 어렵다.

병사들이 예산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다 보고있다"며 다소 ''압력성'' 발언을 한 것도 달라진 풍속도다.

의원들은 "이전에는 이렇게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민주당 정세균 의원),"의원들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발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라고 평했다.

문제점도 지적됐다.

인기성 발언이 속출하고 강경한 목소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타협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밀실에서 벗어나 투명하게 예산심의 과정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낙후된 정치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시금석''이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당론이나 이익단체 압력에 굴하지 않는 의원들의 ''소신''이 곁들여진다면 이 실험은 성공할 것이다.

김남국 정치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