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관계 개선보다 국내안정 우선돼야 ]

박태일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지 1백일 가량 지나 실시된 이번 조사는 마침 정상회담 직후의 조사 결과와 비교하는 기회가 되어 그간 우리 국민의 변화된 의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첫째 정상회담 직후와 비교하면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의 태도는 좀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더 많았던 정상회담 직후와는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북한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반반으로 나뉘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에는 대화 파트너로서 북한을 신뢰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던 반면 이번에는 신뢰와 불신이 거의 반반으로 갈렸고 북한의 변화에 대해서도 임시방편의 변화라는 의견과 근본적인 변화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둘째 이러한 조심스런 태도는 북한 지원이나 경협에 대한 실리적 면모로 이어졌다.

북한 지원에 대해 정상회담 직후에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돕자는 의견이 더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서로의 이익이 되는 범위 내에서 돕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

경협에 대해서도 경제논리에 입각해서 실시해야 한다는 쪽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진행시켜야 한다는 쪽보다 훨씬 많았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의 악화된 우리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 완화에 대한 느낌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은 우리 국민 10명중 2명에 불과했고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6.4%에 불과했다.

넷째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잘한다"는 의견이 "잘못한다"는 의견의 두배에 가까웠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과제로 우리 국민이 꼽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의 법적.제도적 정비"나 "외교적 노력" 등 직접적인 과제보다도 "우리 경제 및 정치 사회 안정" 등 내부 시스템의 정비를 주문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내부적인 안심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충고다.

국내문제를 희생한 남북관계 개선은 무의미하다는 고언으로 우리 정부가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