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민군 차수)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오는 9∼12일 미국을 방문한다고 북한과 미국이 지난달 30일 동시에 발표했다.

조 부위원장의 미국측 공식 상대역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며 방미기간중 빌 클린턴 대통령도 예방한다.

방미중에는 북한 대미 외교의 개척자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동행한다.

조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는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대신할 새로운 평화보장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 국무부도 조 특사의 방미가 양국간 관계개선에 중요한 조치이며 오랜 적대상태의 종식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북한은 지난 74년 이후 미국에 대해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해 왔으나 남한을 제외한 미국과의 협정체결을 주장, 성과를 거두지 못해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의 미국 방문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급변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데 남북과 미국 등 3자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끝난 3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은 평화보장 체제 마련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평화체제 마련에 남측도 당사자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이번 방미에 공식 권력서열 3위이며 현역 군인인 조 부위원장을 특사로 결정한 것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당초 방미특사로는 백남순 외무상이나 강석주 제1부상, 김용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점쳐져 왔다.

조 특사의 방미에 대해 남측도 환영하는 입장이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북.미관계 개선에 돌파구 마련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