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온 김용순 비서 일행은 남한방문 마지막날인 14일 공식회담과 청와대 방문 등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김 비서 일행은 당초 예정된 남산타워 관람 일정을 취소한 채 회담에 나섰으며,사진기자는 물론 일반 취재기자의 접근도 막는 등 철저한 보안속에 진행됐다.

남북 양측은 전날 저녁부터 14일 새벽까지 심야접촉을 통해 현안의 이견을 조율한 데 이어 이날 오전 9시40분 부터 신라호텔 22층 프레지덴셜룸에서 공식 회담을 갖고 막바지 절충작업을 벌였다.

회의에는 남측에서 국정원장인 임동원 대통령 특보와 박재규 통일부 장관,김보현 총리특보,서영교 통일부 국장,서훈 청와대 비서관 등 5명이,북측에서 김용순 비서와 임동옥 노동당 제1부부장,권호웅 당중앙위 지도원,박성천 당중앙위 과장 등 4명이 참석했다.

당초 회의는 9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사진과 회담록 등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남측 제의에 대해 북측이 완전 비공개를 요구,40분 가량 지연됐다.

오전 11시쯤 회의가 끝난 뒤 "이야기가 잘 됐느냐.합의내용은 언제 발표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장관은 "청와대 오찬후에 다시 와서."라고 말해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음을 내비쳤다.

김 비서도 청와대로 출발하기에 앞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쌍방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음을 시사했다.

임 특보와 김 비서는 13일 오후 9시쯤부터 14일 새벽 1시까지 4시간에 걸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문제 등에 놓고 양측의 입장을 최종 조율했다.

접촉이 끝난 뒤 정부 당국자는 국방장관 회담과 관련,"양측이 각각의 장소에서 개최할 것을 주장한데다 북측이 판문점을 마다하는 상황이어서 일단 처음에는 제3국에서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조성태 국방장관이 지난 11일 오찬에서 이미 박재경 북한군 총정치국 부총국장(대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신라호텔에서 공식회담을 마친 김 비서 일행은 곧바로 청와대로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면담한 뒤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에는 남측에서 임특보와 박 장관,한광옥 비서실장,안주섭 경호실장,이기호 경제수석,김하중 외교안보수석,박준영 공보수석,김보현 국정원 3차장,서훈 청와대 비서관 등 8명이,북측에서는 회담에 참석했던 김 비서 등 4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비서는 구두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비서는 "장군(김정일 위원장을 지칭)께서 김 대통령을 뵈면 따뜻한 인사를 전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를 정중히 전달하겠습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상봉이 이뤄졌고 이 자리에서 합의한 공동선언 속에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양쪽이 이를 확실히 실천해 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달해 달라고 했습니다"고 말했다.

또 "공동선언의 수표(서명을 의미함)가 확실히 말라가고 그것이 굳어져 가고 있으며,더 굳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로 되돌아가서는 안됩니다.

서로 신뢰하는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김 위원장이)하셨습니다"라고 전했다.

김영근.서화동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