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미국 방문 ''무산''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개선된 남북간 화해.협력의 분위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도 일시적으로는 냉각기를 가질지 모르나 상호노력에 따라선 개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남북관계 이상무 =북측 대표단 일원인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5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은 남북간의 문제가 아니며 북.미간의 문제"라고 언급한 대목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을 수행중인 김하중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도 "남북관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국제무대에서 김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의 만남이 우발적 사건으로 무산된데 대해서는 매우 아쉬워했다.

더욱이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이번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무대에서 남북간의 협력사안을 논의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인받는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청와대측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방미 취소에 관계없이 향후 예정된 남북관계 일정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2차 남북 적십자회담과 3차 남북 장관급 회담, 2차 남북 외무장관 회담, 이산가족방문단의 연내 두차례 교환, 경의선 복원 등 남북관계 일정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북.미관계 =북.미관계에도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게 청와대측의 관측이다.

김하중 수석은 "북한과 미국이 이번 사태에 대한 오해를 풀 경우 북.미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이번 김 상임위원장 방미 취소사태는 일단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사소한 짐검사 문제로 시작됐다.

북측이 미국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북한과 항공사간의 문제로 제한, 북.미관계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일을 ''불행한 사건''이라며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귀국해 버린 북한측의 처사는 과잉반응이라는 국제사회의 지적도 북한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격앙된 북한 =북한은 자국의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펄펄 뛰고 있다.

북측은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공식사과를 요구한데 이어 이형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도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김 상임위원장 일행은 6일 오전 베이징에 도착, 북한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평양으로 떠났다.

뉴욕=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