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은 얘기할 상대도 아니다"(한나라당 주진우 총재비서실장)

교섭단체요건 완화에 대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간 ''밀약설''이 또다시 불거지자 한나라당은 5일 그 책임을 민주당쪽에 돌리며 이처럼 이유를 댔다.

한나라당은 밀약설 파문을 덮으려 하면서도 "궁지에 몰린 현정권의 초점 흐리기 전략이 공개적으로 시작됐다"(장광근 부대변인),"(여권의)야당분열 의도"(맹형규 기획위원장)라 반발하며 여당측을 비난하는 데 열중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 명예총재와 골프회동을 한 뒤 이같은 사술(詐術)을 동원한게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진원지인 자민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분도 안되는 시간에 무슨 얘기를 했겠느냐"고만 반문할 뿐 ''당에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는 김 명예총재의 전언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자민련 역시 밀약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한나라당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점만은 계속해서 강조했다.

김 명예총재는 "이 총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당에 돌아가 상의한 다음에 검토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전날 발언을 재확인했다.

숙원인 교섭단체 요건완화에 한나라당이 동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속내를 내비치며 알듯 모를듯한 발언만 계속하고 있다.

밀약설의 진위여부는 내팽개치고 정파적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도 반사적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모처럼 야당의 꼬투리를 잡았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이날 주요 당직자들이 다투어 한마디씩 하면서 야당을 공격했다.

한나라당의 이중플레이가 밀약설을 낳고 정치불신을 조장한다며 최근 국회파행의 모든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있다.

밀약설 파문 이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를 정상화하기보다는 야당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며 밀약성 공방을 은근히 즐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강경대치를 거듭하고 있는 여야는 밀약설의 진실을 해명하기보다는 어떻게하면 상대방에게 타격을 가할지에 온 궁리를 다하고 있다.

참으로 딱한 현실이다.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