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지난 4일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공감을 표시했다"고 발언, 양당간 ''밀약설''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5일 한나라당과 자민련 사이에 ''밀약설 공방''이 또다시 불거지자 이 총재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반면 한나라당은 밀약설의 확산을 경계하며 가급적 대응을 자제했으며 자민련도 조기 진화를 시도했다.

민주당 서영훈 대표는 이날 당 6역회의에 앞서 "밀약설이란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이 총재와 김 명예총재 사이에) 무슨 얘기가 있긴 있었던 모양"이라면서 "이렇게 말이 엇갈리니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믿지 못하는게 아니냐"고 힐난했다.

김옥두 사무총장은 "JP(김 명예총재)는 7∼8분간 (이 총재와) 단독으로 만났다고 하고 이 총재는 1분이라고 하고 한나라당 대변인은 30초간 만났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느냐"면서 "그렇다면 특검제나 국정조사를 하자고 해야 하는 것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정균환 원내총무도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줘 투명하게 협상을 하면 1분이니 10분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뒤에서 은밀하게 (협상을) 하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야당과 이 총재 흠집내기''라고 반발하면서도 밀약설의 불씨가 되살아나는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총재는 김 명예총재의 발언 내용을 전해듣고 "또 이런 식으로 하다니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격노한 후 자신의 이같은 반응을 가감없이 전하라고 지시했다고 권철현 대변인은 밝혔다.

권 대변인은 "두분만 따로 얘기한 시간은 30초 정도에 불과하다"며 밀약설이 사실무근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밀약설 파문이 증폭될 경우 이 총재의 ''도덕성''이 큰 타격을 입게될 것이란 점을 감안, 조기 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교섭단체 구성이란 현안을 안고 있는 자민련도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고려, ''밀약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김 명예총재의 발언을 전하면서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이재창.정태웅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