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장관급 회담에 참석한 박재규 남측 수석대표(통일부 장관)의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은 전격적이었다.

김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차 지방에 머물고 있어 면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장관은 심야에 호텔을 빠져나가 밤차로 이동,이날 아침 김 국방위원장에게 김대중 대통령의 인사를 전했다.

박 장관이 김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기 위해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을 나선 것은 전날밤 10시50분쯤.서훈 청와대 국장만 대동한 채 은밀히 호텔을 빠져나갔다.

박 장관은 회담기간중 이용하던 북측의 "1호 승용차"대신 북측이 제공한 다른 차량을 이용,평양역으로 향했다.

이때 남측 회담관계자들은 고려호텔 2층 남측 프레스센터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있던 회담진행 상황을 비공식 브리핑했다.

기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한 연막인 셈.북측 관계자들도 박 장관의 이동여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남측 대표단원 대부분도 박 장관의 면담 사실을 1일에서야 알았다는 후문이다.

박 장관은 평양역 도착후 곧바로 기차에 올라 7시간여에 걸쳐 김 국방위원장이 묵고 있는 함경북도 동해안 모처에 도착했다.

북측 관계자는 "기상 상태가 좋았으면 비행기로 이동했을텐데 태풍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열차편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심야 열차여행에는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이 동행,면담내용에 관한 입장을 미리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박 장관은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고려호텔 밖으로 나갔다 왔는데 이때에도 김용순 위원장을 만났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박 장관은 동해안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김 국방위원장과 면담하고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말부터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며 현지지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안부인사를 대신 전했고 김 국방위원장도 김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다.

두 사람은 또 6.15 공동선언의 순조로운 이행상황과 남북관계 진전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쌍방 관심사에 대해 깊이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측이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에 관해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박 장관은 김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이날 오전 10시쯤 면담장소를 출발,오후 6시30분쯤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서화동 기자.평양=공동취재단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