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드 투 랜드(cleared to land)"

15일 오전 10시 55분 서울 김포공항내 서울근접관제소 관제탑은 북한 민항기에 착륙사인을 보냈다.

2분후인 10시 57분 북한의 고려항공 소속 민항기가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한땅에 착륙했다.

이로써 남북한의 민항기도 통일로 향한 항로를 열었다.

<>.북한 민항기의 착륙 순간 10여명의 관제사들은 북서쪽 9km 지점에서 구름을 뚫고 나타난 작은 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미 10여분전 서쪽 약 1백km 부근 인천 앞바다 상공지점에서 관제권을 이양받은 뒤 레이더를 통해 특별기를 확인하고 "고도를 서서히 낮추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하지만 육안으로 직접 이를 확인한 관제사들의 가슴은 흥분과 설렘으로 일렁거렸다.

혈육을 만나기 위한 북측 이산가족을 태우고 반세기를 날아온 북한 민항 고려항공의 특별기임에 틀림 없었다.

"라저(ROGER)"

북한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오전 10시 57분 역사적인 북한 민항기의 바퀴가 김포공항의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 앉은뒤 국제선 2청사 17번 게이트에 몸체를 댔다.

이날 관제를 지도한 김승환 서울지방항공청 관제과장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북한 민항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하는 것은 생각해볼 수 없는 일이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북측의 이산가족 방문단을 싣고 온 북한 고려항공 소속 IL62 항공기는 러시아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일류신사에서 만든 중형항공기다.

옛 소련(현 러시아)에서 장거리 운항 제트기로 최초 개발된 이 항공기는 기본형의 경우 지난 67년부터, 서울에 온 IL62M형의 경우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74년부터 취항을 시작했다.

길이는 53.12m, 좌석수 1백62~1백86석이며 평균운항속도는 시속 8백20~8백50km, 운항거리는 1만km이며 승무원은 5명이다.

고려항공기는 김포공항에 도착한지 2시간여만인 오후1시에 이륙해 평양으로 향했다.

<>.오는 18일 귀환하는 남북이산가족을 수송할 대한항공(KAL) 특별기는 프랑스 소재 에어버스가 중형 여객기로 제작한 2백58석 규모의 A330-200 기종으로 작년 3월 도입한 신형 기종이다.

특별기는 우선 서울에서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친 북측 방문단을 18일 오전 10시께 김포공항에서 태우고 출발, 낮 12시께 현지에서 대기중인 남측 방문단을 싣고 김포공항으로 오후 1시께 돌아온다.

조종은 1만3천여시간의 비행시간 기록을 보유한 베테랑급 기장인 김홍순(51)씨가 맡는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