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우리 가족 생사만이라도…''

15일 북녘땅을 밟게될 남측 이산가족들은 두툼한 선물보따리만큼이나 많은 갖가지 사연들을 안고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50년만에 감격적인 가족 상봉을 하는 이들에게 방북단에서 탈락한 다른 이산가족들의 부탁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살아있다던 노모의 사망 소식을 듣고 혼절까지 했던 장이윤(72·부산 중구 영주1동)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동네 친구 김기려(74)씨로부터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평북 용천군 이록골이 고향인 김씨는 장씨에게 북에 있는 아버지(김택선)와 아내(최실단) 형제(이려 신려 학려) 아들(광세)의 소식을 소수문해달라는 것.

김씨는 젊은 시절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과 고향주소가 적힌 메모지 등을 장씨 손에 꼭 쥐어줬다.

장씨는 "이산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그 아픔을 알겠느냐"면서 "북에 가면 어떻게 해서든지 수소문해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