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월북한 오빠 노영근(68)씨를 50년만에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노영조(64.여)씨의 가족들은 지난 8일 발표된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노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영영 못만나는 것은 아니냐"며 눈물을 훔쳤다.

통일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북분단으로 가족과 헤어지게 된 이산가족은 남한에서만 2,3세대를 포함,약 7백67만명에 달한다.

70세이상 고령 이산가족만도 26만명이 있으며 북한과 해외의 이산가족을 합치면 1천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8·15 남북이산가족 방문단에 선정된 2백명과 이들의 가족들은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행운을 잡은 셈이다.

대다수 이산가족들은 이번 8·15때도 애끓는 심정을 속으로만 달랠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산가족 상봉이 단발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방문단의 북측 상봉대상자중 1백9세로 최고령인 구인현 할머니와 북에서 내려올 아들을 만나기로 돼있던 90세의 황봉순 할머니는 상봉 20여일을 앞두고 숨을 거뒀다.

이들의 가족들은 오매불망 그리던 50여년 만의 상봉조차 이루지 못한 채 또한번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게 된 것이다.

생사가 확인된 후에도 상봉이 조속히 실현되지 않을 경우의 비극이 어떠한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이제 이산가족 상봉의 물꼬는 트였다.

9월초에는 비전향장기수 50여명이 북한으로 송환되고 추석을 전후해선 재일 조총련계 동포들의 고향(남한)방문도 예정돼있다.

조만간 판문점에 면회소가 설치되면 이산가족 교류는 정례화된다.

그러나 이산가족 1세대의 고령을 감안할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1세대들이 한사람이라도 더 가족을 만나 망향의 한이 풀리길 기대해 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