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부터 3박4일간 북한을 방문할 남쪽 이산가족 1백명의 명단이 지난 5일 확정되자 이산가족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방북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50년만에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젖어 북한의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느라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가슴 졸인 기다림 끝에 방북자에서 탈락했다는 비보를 접한 실향민들은 크게 낙담하면서도 다음 기회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북한에서 각각 결혼해 가족을 두고 남으로 내려온 뒤 결합한 이선행(80·서울 중랑구 망우2동),이송자(81·여)씨 부부는 방북자로 선정되자 서로의 손을 꽉 맞잡았다.

남편 이씨는 "북한에 있는 부인에게 이제라도 금반지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인 이씨도 "빨리 가서 고생하며 자랐을 아이들을 보고 싶다"면서 "손자들에게는 청바지와 속옷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가족도 함께 만날 볼 작정이다.

<>…북에 부인(유봉녀·75)과 두 딸이 살아있는 최성록(78·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평양방문단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고 "꿈만 같다"고 감격해 했다.

최씨는 지난달 27일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니(리보비·94)와 형(최정섭·77)은 사망했지만 부인과 두 딸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뒤 슬픔반 기대반으로 가슴을 졸여왔다.

최씨는 "북한에 가면 우선 불효자식을 기다리다 돌아가신 어머니 산소를 둘러보고 싶다"면서 "북한의 아내에게는 금반지를 선물하고 아이들에게는 내복 등 옷가지를 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1·4후퇴때 홀로 남쪽으로 몸을 피해 가족들과 헤어진 최씨는 남한에서 5남2녀의 자녀들을 뒀다.

<>…6·25때 평남 중화군 간동면 간지정리에서 살다가 딸 재춘(57)씨를 두고 피란온 임연환(83·대전시 대덕구 오정동)씨는 "피란 당시 7세이던 딸이 ''가지말라''며 울어대던 모습이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씨의 아내 채두숙(76)씨도 "두고 온 딸에게 죄스러운 생각이 들어 틈틈이 딸에게 줄 금반지와 팔찌를 모아왔다"며 "나라에서 금을 모을 때(IMF 금모으기운동)도 이것만은 내놓지 않고 간직해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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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이모(김금주.87)가 생존해 있는 송병하(74.대구시 북구 산격동)씨는 적십자사의 통보전화가 끝내 오지 않자 실망감과 안타까움에 말을 잊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어머니 등 가족 9명을 찾았으나 이모만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송씨는 "이번에 탈락한 사람은 다음에 우선권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북한에 시조카(문이섭.70)가 생존해 있는 한이순(73.여.대구시 중구 동인4가)씨는 "이번 기회에 북한에 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언니와 동생을 찾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한씨는 "앞으로 계속 방북신청을 해 생전에 고향땅을 꼭 밟아 언니와 동생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에 두고 온 큰 누이의 딸 2명만 생존이 확인돼 상봉자 명단에서 빠진 김홍석(66.서울 양천구 신정5동)씨는 "큰 누님과 작은 누님의 생존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통보받았는데 딸들이 자기 어머니와 이모의 생존을 모른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북한측에서 생사확인 작업을 제대로 했는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