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일 밤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오는 20일께 임시국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이 물리적으로 국회 상임위 개최를 막고 있는데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해외로 출국함에 따라 의결정족수 확보가 불가능해진데 따른 결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과 추경예산안, 금융지주회사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시급한 현안들의 처리는 이달 말에나 가능하게 됐다.

서영훈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까지 이회창 총재가 강경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데다 여당의 타협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더 이상 국회를 강행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균환 총무는 "한나라당이 사회 보러 가는 상임위원장을 저지해 단독국회 강행은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정 총무는 이어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한나라당과 접촉하면서 타협점을 모색한 뒤 20일께 국회를 다시 소집해 민생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임시국회를 포기한 것은 여야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데다 이강래 강운태 정범구 의원이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등을 시찰하기 위해 출국함에 따라 의결정족수 확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이강래 의원 등은 이날 당명을 어기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당초 지난달 29일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약사법 처리를 위한 민생국회를 외면할 수 없어 출국일정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과 현실적으로 국회를 열기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따라 출국하게 됐다"고 부언했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당의 질서와 기강이 무너진 것이며 이들이 귀국한 뒤 일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강창희 의원이 외유중이고 무소속 정몽준 의원도 국제축구연맹 국제회의 참석차 이날 출국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비교섭단체 의원의 힘을 얻어 확보할 수 있는 의석수는 의결정족수(1백37석)를 훨씬 밑도는 1백34석에 불과해 당분간 단독 국회 강행이 불가능해졌다.

임시국회가 이날 일시 중단됨에 따라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다음주중 개각은 부총리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남국.김미리 기자 nkkim@hankyung.com